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판사들이 자주 거론하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는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성폭력이든 일반 폭력이든 피해자가 수치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망신시켜야 할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다.수치심이란 용어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끄러워한다는 뜻이다. 범죄 피해자가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 깨끗이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지, 범죄를 당한 사람이 아니다.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유교사상의 영향이 크다.성범죄 피해자들이 스스로 몸가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것이고, 성범죄를 당하면 몸이 더러워졌다는 왜곡된 어리석은 관념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여성에게만 정조라는 어리석은 가치관을 적용하는 유교사상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관념이다.애초 정조라는 관념 자체가 과거 남성들이 여성을 옭아매고 자신의 틀에 가둬 편안하게 관리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그런 어리석은 관념이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우리 사회와 문화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알 수 있다.